석사생 친칠라/배우기

211104/ 전화일본어 4주차 - 조금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친칠라 2021. 11. 5. 00:58

  원래는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려고 했는데(저번 글에도 썼지만 요새 체력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전화일본어 후기는 한 날 바로 남겨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짧게라도 남기려고 한다. 컨디션 때문인 건지 오늘 나눈 대화 내용이 유독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지만 쓰다 보면 또 모르지...!

 

  우선 저번 시간에 결혼식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보내주신 유튜브 영상 몇 개가 있었다. 일본의 결혼식 문화를 알 수 있는 영상들이었는데, 그 중 아래 영상이 내 심금을 울렸다. 신랑과 신부의 아이 시절, 청소년 시절, 성인(사회초년생?) 시절에 해당하는 대역 배우들을 각각 섭외해서 그 나이대의 가족과의 추억을 연극에서 독백 대사하듯 읊어주는 이벤트가 나오는 영상이다. 영상 속 모든 사람들이 울고 있었고, 지하철에서 별 생각 없이 영상을 틀었던 나도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했다. 특히 중간에 신부 성인 대역이 어머니에게 '내 편지를 읽어줄래요?' 하고는 편지를 청소년 대역에게 건네고, 청소년 대역이 다시 아이 대역에게 건네고, 아이 대역이 진짜 신부에게 건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벤트 자체의 연출도 그렇고 영상 연출도 너무 좋아서 이걸 기획한 누군가는 극작가 출신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오늘 다시 이 영상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일본 결혼식에서는 모두가 울고 있다'고 하셨다. 한국과 비슷한 듯 다른 듯한 모습이다.

 

 

  오늘은 결혼식이나 가족 이야기(형제 이야기)도 하고, 선생님이 금형 부품 제작 관련 일을 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듣고 여러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왜 이렇게 잘 기억이 안 나지? 음 사실 저번 주에 너무 긴 시간 동안 통화를 해서 실제로 오늘보다 많은 이야기를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 오늘 내 발화는 유독 엉망진창이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멈춰 있기도 했고, 맞는 문법인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얼버무리기도 하고... 특히 아무래도 정확한 어미 사용에 자신이 없다 보니 문장을 완결하지 않고 끝을 흐려 버리는 식으로 회피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이게 극복이 되어야 할 텐데,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듣기는 오늘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수출'이라든가 '부품'이라든가 '공장', '도면' 같은 단어들을 바로 알아들었으니까. 특히 '도면'은 내가 알아들을 줄 모르셨는지 안다고 하니까 대단하다고 하셨다. 앞에 못 알아들은 말이 한참 더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좀 뿌듯했다. 그래도 4주차라고 조금 익숙해졌나 싶기도 하고, 역시 차라리 한자어 쪽이 단어 암기가 더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다른 언어의 통사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과 밥을 먹었는데, 내가 전화일본어를 할 때 선생님이 하는 말의 70% 정도만 알아듣는 것 같다고 하니까 그가 자기도 그 언어로 된 발화를 들으면 70% 정도 이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언어 전공자가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자신감이 좀 더 생기는 것 같았다. 물론 선생님이 내 수준을 고려해서 쉬운 말 위주로 하고 있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 알아듣는 게 어디야!

 

  아, 선생님이 보내 주신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느낀 건데 역시 자막이 있으면 말도 훨씬 잘 들리고 이해도 훨씬 빨라졌다. 그렇게 치를 떨었던 한자 표기가 지금 보니 일본어 이해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시각적 정보 없이 듣기만으로도 일본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말도 더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 올릴 게 없어서 올리는) 오사카 출장 휴무일에 본 엄청 넓은 횡단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