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생 친칠라/공부하기

211108/ 지속 가능성

친칠라 2021. 11. 8. 21:55

  요즘 들어 부쩍 '아 무리인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수업 2개(원랜 3개였는데...)에 내가 듣는 수업 3개, 4개의 스터디와 학교 연구원 일까지 하니 하루하루 한 주 한 주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현상유지만으로도 조금 버거워서 일 하나가 더해지면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이다. 그래도 신기한 것이 어떻게든 추가되는 만큼 내 하루에도 자리가 생겨서 아직까지는 크게 놓치는 것 없이 이런 생활을 유지해 왔다. 그냥 이제는 공부가 내 일인 거니까, 전에 회사 다니던 만큼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자, 하면서 지내 온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일주일 중 단 하루도 온전히 쉬는 날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학원생이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긴 한데... 여름방학 때도 투고 준비를 한다고, 또 스터디를 한다고 뭘 계속 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나는 입학 이래로 단 하루도 대학원 또는 공부와 무관한 날을 보낸 적이 없는 것이다. 8월 후반부터 투두메이트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9월과 10월을 보니 정말 모든 날에 알록달록하게 할 일을 마쳤다는 체크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회사를 다닐 땐 비록 아주 불규칙했지만 휴가도 있었고 휴일도 있었는데. 하루에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더 늘어났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어쩌면 일을 할 때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9월과 10월의 투두메이트... 9월의 보라색이 투고 준비의 흔적이다.

 

  슬슬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왜 이렇게까지 달리게 됐는가를 생각해 보니, 학부를 마친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점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던 2년 반이라는 공백기가 생겨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 동기나 후배들 중 바로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은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졸업을 해서 박사 학기를 보내고 있거나 하니까. 따라잡진 못하더라도 최대한 공백기를 메꿔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일단 하느라 중간중간 구멍도 많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달려 온 시간들이 이제 나를 어느 정도 안정된 궤도에 올려놓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조금 지쳐서, 전처럼 달릴 수 없겠는데 싶기도 하다. 신체적으로 체력도 좀 부족하고, 정신적으로 집중력도 많이 떨어졌다. 수업 중에 졸 뻔하는 일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고 이게 약간 자존심이 상한다. 근데 가끔씩 식은땀이 나면서 도저히 잠을 참을 수 없는 때가 오는데 그럴 때는 무슨 수를 써도 안 졸 수가 없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답일까? 하지만 이제 곧 학기말이라 쉴 수가 없는걸.

 

  그러면서도 어차피 늘 이렇게 바쁘니까 내가 행복할 시간은 열심히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과의 약속도 꽤 종종 잡아 오고 있다. 스케줄을 고려하면, 그러니까 내가 계획한 모든 스케줄을 완벽하게 해 내려고 한다면 사실 좀 무리하는 셈이다. (그래서 모든 스케줄을 완벽하게 하고 있지는 못하고 조금씩 구멍이 나고 있다ㅎㅎ) 그렇지만 정말, 이제는 공부하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과 즐길 시간을 내가 알아서 조정하면서 살아야 하니까, 그 연습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래도 지금보다는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활을 꾸려야겠다 싶기는 하다. 일단 이번 학기가 마치면 좀 쉬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논문 학기가 되기 전에 나름의 답을 찾아야 졸업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횡설수설했지만 사실 저번 주는 꽤나 속도와 온도를 유지하면서 잘 보낸 것 같다. 대학원 수업 준비를 위해 읽어야 할 논문도 많았고, 새로 시작한 스터디가 원서 읽기 스터디이기 때문에 이번 주 내용을 미리 읽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원서다 보니 시간이 배로 걸렸다. 그렇게 읽어도 깔끔히 해석되지 않는 부분들도 여전히 남았고. '한번에 읽으려고 하다간 죽는다, 차라리 며칠에 걸쳐 조금씩 읽자'고 생각해서 계획을 작고 촘촘히 세웠더니 예상보다는 월요일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었다. (대신 수업 시간에 졸았다.) 매일, 매 시간 뜨겁게 달린다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고, 살짝 따뜻한 온도로 경쾌한 발걸음 정도의 속도로 계속 걸어가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다. 가끔 앉아서 쉴 수도 있는 거고. 대신 쉴 땐 너무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오직 휴식에만 집중해서 푹 쉴 수 있어야 하는 건데, 어쩌면 이게 지금 나에게는 제일 어려운 부분 같기도 하다. 아무쪼록 남은 학기와 내년의 목표는 지속 가능성으로 삼아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