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06/ 광기의 과제 제출
무슨 과제 제출이 그렇게 광기 어리길래 제목을 그렇게 지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래 캡처 사진들을 보여줄 것이다.




석사 2학기(이번 학기)와 석사 1학기(저번 학기)의 캡처가 섞여 있긴 한데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모두 다른 수업들이고, 이 수업들 외의 다른 수업에서도 기말보고서를 제외한 웬만한 과제들은 다 최소 전날에 냈으며, 이것이 일종의 루틴으로 자리잡아 버려서 이젠 과제를 최소 이틀 전에 내야 '아 좀 빨리 냈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좌 상단 사진은 방금 전 제출한 과제인데 내용도 어렵고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3시에 화이자 2차 맞고 '아 백신 부작용 올라오기 전에 미리 얼른 써서 내야겠다...' 하고 낸 것이다. 근데 그 생각이 무색하게 아직까지 아무 반응도 없다. 아니 아직 팔 근육통도 전혀 없는데 대체 뭐지? 조용히 지나간다면야 좋은 일이지만 약간 김이 새기도 한다. 아무래도 나 자신이 이거 핑계로 다 미루고 쉴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광적으로(?) 과제를 미리미리 내는 데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불안도가 높은 인간이어서다. 대학원 입학 전 가장 걱정됐던 점 중 하나가 시간 관리였는데, 주변의 대학원생들이 시간 관리만 알아서 잘 한다면 생각보다 허덕이지 않으면서 다닐 수 있다고 조언을 해 줬고 나는 바로 그 시간 관리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과제가 나오면 실제 마감일보다 하루나 이틀 전을 내 마음속의 마감일로 정해서 작업을 하게 된 것 같다. 마감에 늦을까 하는 불안이 너무 커서... 석사 1학기 때는 매주 화요일 자정까지 상당한 분량의 과제를 내야 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화요일 저녁에 과외도 있고 스터디도 있는 상황이라 그냥 내 마음속의 마감일을 월요일로 정해서 월요일 저녁 아니면 화요일 오전에 과제를 제출하곤 했다. 이건 그냥 1) 성격 자체가 불안도가 높고 2) 자체 마감일을 실제 마감일처럼 여길 수 있게 자기 최면만 잘 하면 가능한 것 같다. 다만 단점은 학기말로 갈수록 과부하가 와서 점점 느려지는 속도에 미칠 듯이 불안해진다는 건데, 이건 어차피 실제 마감일에 맞춰서 살아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겠거니 한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내가 강박적으로 과제 제출 마감을 잘 지킨다는 것 말고는 큰 장점을 못 느끼고 있기는 한데 이런 내 성향이 언젠가 대학원 생활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 보려고 한다. 최근 연재가 시작된 이동건 작가의 웹툰 <조조코믹스>에서 불운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럭키포인트가 쌓여 추후에 행운을 불러오는 데 쓸 수 있다는 설정이 나온다. 내가 한 톨 두 톨 아낀 과제 마감 전 시간들도 언젠가 내가 급할 때 보너스 타임으로 쏟아져 줬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그 황진이가 노래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어쩌구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