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11/ 텐션 막국수
텐션... 하이텐션... 하면 생각나는 영상... 프듀 보지도 않았고 조작인 게 까발려져서 엉망진창 됐지만 이 영상은 가끔 생각날 때마다 찾아본다... 왜냐면... 너무 하이텐션 그 자체라서...! 그리고 난 テンションマックス(Tension MAX)를 텐션 막국수라고 하는 한국인들의 은은하게 돌아 있는 드립이 너무 좋다.
이번 학기 월요일과 수요일은 오전 8시부터 새벽까지 유독 쉴 틈 없이 달리는 요일들이다. 특히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은 기껏해야 네 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있어서 지금(월요일 저녁 10시 26분) 몹시 피곤하고 슬슬 눈이 감겨 온다. 하지만 어림없다. 나는 11시에 수업도 해야 하고 수업을 마친 뒤에는 학교 연구원에서 아르바이트로 하는 일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또 이렇게 피곤할 때 역설적으로 텐션이 올라가기도 한다. 꺼지기 직전의 불꽃 같은 텐션이라 사그라드는 순간 이불에 몸을 던져야 하긴 하지만, 이 텐션 덕에 월요일 수요일을 이겨낼 수 있다. 특히 수업을 마치고 나면 텐션이 올라가 있어서, 잠시 차분하게 앉아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인 게 수업이 끝나자마자 수업 일지를 작성해야 해서 어차피 5-10분 정도는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수업 후 텐션이 올라 있다는 게 무슨 의미냐면, 살짝 피로하면서도 기분은 들떠 있고 몸에도 실제로 어느 정도 열이 올라 있으며 약 30분간 평소보다 말수가 많아진다. 그래서 수업 일지를 작성하고 나서 친구들과 신나게 카톡을 하거나, 집에 엄마가 계시면 엄마를 붙들고 조잘조잘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 낸다. 그 불꽃이 순간 쑥 꺼지면 텐션이 확 가라앉는다. 정신을 차려 보면 이미 누워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슬금슬금 일어나서 당이나 카페인을 보충한다. 대충 이런 패턴의 반복.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정규 수업은 오전 8시 수업과 오후 8시 수업인데,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에게 오전 8시라는 시간은 상당히 이른 편이다. 평소에 빠르면 7시쯤 일어나는데, 요새는 피로가 누적돼서인지 7시 30분이나 40분쯤까지 뭉그적대다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침 8시 수업은 살짝 잠도 덜 깨고 텐션도 덜 올라온 상태에서 하게 된다. 반면 오후 8시 수업은 평소 수준으로 텐션이 올라와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고. 그동안 이 차이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는데, 오늘 문득 이 텐션 차이가 내 수업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수업은 내가 아직 몸도 정신도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 보니, 저녁 수업에 비해 학생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여유 있게 들어주지 못하고 민감하게 반응해주지도 못하는 것 같다. 또 목소리도 잠겨 있으니 저녁 수업보다 낮은 톤으로 진행이 되고, 말투도 상대적으로 차분해지는 것 같다. 반면 저녁 수업은 몸도 정신도 입도 완전히 풀린 상태에서 하다 보니 말투도 표정도 리액션도 더 하이텐션인 게 느껴진다. 내가 저녁 수업 학생들과 티키타카가 더 잘 되는 게 단순히 학생들의 성격과 반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나에게도 어느 정도 원인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녁 수업이 아침 수업보다 2-3차시 정도 진도가 느리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아침 수업으로 예행 연습을 한 셈이 되어 더 여유가 생긴 탓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내 텐션 때문에 아침 수업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고 있는 거라면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할 텐데, 당장 내 스케줄로는 아침 8시에 최상의 텐션을 끌어내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고민을 좀 해 봐야겠다. 할 일을 미리 더 부지런히 해 두고 일요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일찍 잘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걸 즐거워하면서도 에너지를 뺏기는 편이라, 수업 전에 충분히 에너지를 비축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문득 찾아온 이 성찰을 짧게라도 남겨 두고 싶어 급하게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이제 11분 후면 11시 무료 한글 수업을 시작해야 하니까 이만 줄여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