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중간고사 기간이라 대학원 수업이 없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고는 해도 내가 듣는 수업들에선 중간고사를 안 보는 데다 중간 과제도 딱히 없어서 사실상 일주일 정도의 휴가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내가 하는 한국어 화상 강의도 잔뜩 꼬이는 바람에... 월요일 저녁 수업은 폭파됐고 오늘 오전 수업은 3명 중 2명이 아파서 못 온다고 해서 나머지 1명이랑 상의 끝에 다 같이 할 수 있는 날 수업을 하고 오늘은 쉬기로 했다. 아무튼 그래서 개강하고 나서 가장 많이 쉰 주간이었던 것 같은데, 그만큼 무기력해지고 말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도 있겠지만 신체 에너지가 전체적으로 너무 떨어져서, 집에 있으면 어느새 누워서 졸고 있다. 아니 근데 정말 왜 이렇게 졸리지? 딱히 건강이 안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중간 과제는 없지만 사회언어학연구 수업에 기말보고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주까지는 아니고 다음 주까지니까 아직 기한은 여유가 있지만, 계획서가 문제가 아니라 빨리 연구에 착수하는 게 관건이라 어서 끝내고 제출하려고 한다. 근데 확 집중해서 하면 계획서도 금방 쓰고 선행연구도 더 빨리 더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 스스로가 너무 게으름을 많이 피우고 딴짓도 많이 하고 있다. 주제 정했다고 이렇게 마음 놓아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1학기부터 누적돼 온 피로 탓을 하자니 좀 무책임한 것 같기도 하고.
벌써 10월이라니 시간이 정말 쏜살같은데, 이러다 석사 2학기도 눈 깜짝할 새 끝날 기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학기 끝날 때쯤 석사논문 주제를 대충이라도 잡으려고 했는데, 1학기에 쓴 보고서도 2학기에 쓸 보고서도 내 석사논문 주제로 발전시킬 만한 건 없는 것 같아 좀 걱정이다. 지도교수님도 아직 안 정해졌고. 이러다 멍하니 석사 3학기를 맞고 피눈물의 4학기를 보내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S는 학부 때도 어느 정도 친했지만 대학원에 와서 더 친해진 선배인데, 얼마 전에 너무 의외의 칭찬을 해 주어서 민망하면서도 기쁘고 뿌듯하면서도 불안해졌다. 내가 1학기를 생각보다 꽤나 잘 보낸 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는 요행 덕분도 있고, 나는 사실 사상누각인데 좀 부풀려져 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불안을 느낀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한편으로는 이제 내가 그런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의식적으로 계속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말을 해 줄 수 있게 되었다고도 했다. 그랬더니 그는 굉장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모두 요행은 아닐 거니까 스스로를 더 믿어도 된다는 고마운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본인이 본 후배들 중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것 같다고도 말해 주었다. 그 말이 너무 놀랍고 벅차면서도, 너무 과분한 평가를 받은 것 같아 또 좀 불안해졌다. 이 불안은 열의가 되어서 나를 발전시킬 수도 있고, 무기력증이 되어 나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쨌든 전자가 될 수 있게 노력해 봐야겠지. 그럼 오늘 땅굴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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