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과제 제출이 그렇게 광기 어리길래 제목을 그렇게 지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래 캡처 사진들을 보여줄 것이다.




석사 2학기(이번 학기)와 석사 1학기(저번 학기)의 캡처가 섞여 있긴 한데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모두 다른 수업들이고, 이 수업들 외의 다른 수업에서도 기말보고서를 제외한 웬만한 과제들은 다 최소 전날에 냈으며, 이것이 일종의 루틴으로 자리잡아 버려서 이젠 과제를 최소 이틀 전에 내야 '아 좀 빨리 냈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좌 상단 사진은 방금 전 제출한 과제인데 내용도 어렵고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3시에 화이자 2차 맞고 '아 백신 부작용 올라오기 전에 미리 얼른 써서 내야겠다...' 하고 낸 것이다. 근데 그 생각이 무색하게 아직까지 아무 반응도 없다. 아니 아직 팔 근육통도 전혀 없는데 대체 뭐지? 조용히 지나간다면야 좋은 일이지만 약간 김이 새기도 한다. 아무래도 나 자신이 이거 핑계로 다 미루고 쉴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광적으로(?) 과제를 미리미리 내는 데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불안도가 높은 인간이어서다. 대학원 입학 전 가장 걱정됐던 점 중 하나가 시간 관리였는데, 주변의 대학원생들이 시간 관리만 알아서 잘 한다면 생각보다 허덕이지 않으면서 다닐 수 있다고 조언을 해 줬고 나는 바로 그 시간 관리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과제가 나오면 실제 마감일보다 하루나 이틀 전을 내 마음속의 마감일로 정해서 작업을 하게 된 것 같다. 마감에 늦을까 하는 불안이 너무 커서... 석사 1학기 때는 매주 화요일 자정까지 상당한 분량의 과제를 내야 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화요일 저녁에 과외도 있고 스터디도 있는 상황이라 그냥 내 마음속의 마감일을 월요일로 정해서 월요일 저녁 아니면 화요일 오전에 과제를 제출하곤 했다. 이건 그냥 1) 성격 자체가 불안도가 높고 2) 자체 마감일을 실제 마감일처럼 여길 수 있게 자기 최면만 잘 하면 가능한 것 같다. 다만 단점은 학기말로 갈수록 과부하가 와서 점점 느려지는 속도에 미칠 듯이 불안해진다는 건데, 이건 어차피 실제 마감일에 맞춰서 살아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겠거니 한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내가 강박적으로 과제 제출 마감을 잘 지킨다는 것 말고는 큰 장점을 못 느끼고 있기는 한데 이런 내 성향이 언젠가 대학원 생활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 보려고 한다. 최근 연재가 시작된 이동건 작가의 웹툰 <조조코믹스>에서 불운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럭키포인트가 쌓여 추후에 행운을 불러오는 데 쓸 수 있다는 설정이 나온다. 내가 한 톨 두 톨 아낀 과제 마감 전 시간들도 언젠가 내가 급할 때 보너스 타임으로 쏟아져 줬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그 황진이가 노래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어쩌구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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