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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생 친칠라/배우기

211111/ 전화일본어 5주차 - 관심 있는 주제 찾기

by 친칠라 2021. 11. 11.

  오늘은 어쩌다 보니 음악 이야기를 많이 했다. 대학생 때 밴드 활동을 오래 하기도 했고, 요새 뜸하긴 해도 베이스 연습을 계속 하고 있고, 음악도 밴드 음악을 많이 들으니 할 이야기가 많았다. 좋아하는 일본 밴드 노래도 많아서 더더욱 그랬다. 한국에서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어보셔서, 밴드 전기뱀장어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다급하게 '전기뱀장어'가 일본어로 뭔지 찾아봤다. ギ라고 말했더니 아주 재미있어하셨다. 그리고 스미카나 오피셜히게단디즘 등등 좋아하는 밴드들도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어 노래를 들으니까, '눈물'이라든가 '괴로움', '고통' 이런 단어들은 알게 되는데 실제 생활에서 쓰는 단어들은 잘 공부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저게 내가 첫 일본 출장 때 깨달은 점이었다.

 

  그리고 악기 연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밴드부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관심 많은 주제라 그런가 오늘은 유독 모르는 단어도 적었고 나도 말을 평소보다 많이 한 것 같다. 요새 한국어 수업에서도 매 수업마다 프리토킹 시간을 갖는데, 좀 더 학생들이 재밌어할 만한 주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선생님이 문득, 근데 우리 지금 교재 안 하고 프리토킹을 하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할 때 내가 선택한 교재가 내 수준이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사실은 무슨 교재를 선택하는 게 좋을지 몰라서 이걸 고른 거라, 선택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에 나는 프리토킹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 좀 겁먹어서 안전해 보이는(내 수준보다 쉬워 보이는) 교재를 택한 거니까 이게 선생님한테도 안 느껴졌을 리가 없지. 앞으로는 프리토킹 위주로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선생님이 요새 관심 있는 주제는 뭐냐고 물어보셔서, 음악도 그렇고, 원래는 여행 별로 안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가 끝나면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실 요새 거의 공부 위주 스케줄이라... 관심사라 하면... 언어 그 자체이긴 합니다만....) 그랬더니 선생님이 나고야의 여행지를 이곳저곳 추천해 주셨다. 내가 전에 나고야에 갔을 때는 출장으로 갔기 때문에 관광은 하지 못했고, 호텔 근처에만 있었으며, 음식도 편의점 음식이나 스끼야끼를 먹었다고 하니까 물론 그것도 좋지만 나고야의 관광지나 나고야 음식은 안 먹어본 셈이라며 아쉬워하셨다. 몰랐는데 '지브리 파크'라는 곳이 나고야에 있다고 해서 꼭 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미소에 여러 종류가 있는지 몰랐었는데, 나고야에는 '아카미소'가 유명해서 박물관도 있고, '아카미소 오뎅'과 '아카미소 돈까스'도 맛있다고 알려 주셨다. 엄청 큰 '점보 새우튀김'도 유명하다고 알려 주시면서 사진을 보내 주셨는데 새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크기였다. 왜인지 오사카나 후쿠오카에 비해 나고야는 여행지로 인기가 없는 것 같다고도 하셨는데, 아카미소 음식들과 점보 새우튀김, 지브리 파크 이 세 가지만으로도 나고야는 나에게 다시 '여행으로'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이 되었다. 희한하게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출장에서는 뭘 했었는지 기억이 새록새록 많이 나는데 상대적으로 나고야는 별 생각이 안 난다. 딱히 나쁜 기억은 아니었는데, 일이 너무 바빴나? 이걸 쓰면서 다시 옛날에 남긴 기록들을 찾아봤는데 테바사키를 먹었고, 무대 계단을 오르내리다 발목을 삐었고, 응원봉 연출 데뷔 공연을 치렀다는 이야기 정도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분명 동갑인 감독님이랑 둘이 스키야키를 먹었던 것 같은데 그 얘기는 기록을 안 해놨네. 일이야 물론 아주 힘들었지만 슴슴하게 지나갔던 도시였나 보다.

 

지브리 파크와 아카미소(오른쪽)과 점보 새우튀김

 

  재미있는 표현도 배웠다. のれんわけ. 일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 천막 같은 걸('포렴'인가 보다) のれん이라고 하는데, 분점을 내는 것을 허락하는 걸 'のれんわけ'라고 한다고 했다. '暖簾ける(포렴을 나누다)'에서 온 표현인 듯하다. 볼 때마다 그냥 '일본 분위기가 나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던 건데, 생각보다 식당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아이덴티티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저런 관용어에는 '간판'이 들어갈 법도 한데 이 포렴이 들어가다니. 물론 한국의 일식집들이 포렴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음식을 먹으러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포렴을 보게 될 것 같다. 나고야든 어디든 일본 여행을 가게 되면 음식점에 걸린 포렴들을 유심히 관찰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