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일본어를 등록했다는 소식!
3-4년 전쯤 JLPT N2를 취득했다. 그래서 다음 단계는 N1인데, N2와 N1 사이의 간극도 간극일뿐더러 N2도 온전히 내 실력으로 합격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 혼자 꾸준히 공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나름 인강도 듣고 단어도 외워보려고는 했는데, 1학기에 열심히 대학원 공부와 병행해서 7월 1차 시험에서 N1을 따겠다는 계획은 역시나 지나치게 야심찬 것이었다. 반타작(이나) 하고 장렬하게 떨어졌다. 12월 2차 시험을 볼까 고민하다가 일단 시험 신청은 했는데, 솔직히 이번에도 붙을 자신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문법과 단어를 외우는 것도 문제지만, 내 실력이 너무 사상누각처럼 느껴져서 N1을 공부하고 응시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도 자신이 없고, 암만 이렇게 공부해 봐야 도저히 일본어 실력이 느는 느낌이 안 들어서 여러 모로 깊은 고민이 됐다. 보통 일본어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하기 마련이라 오히려 교과서식 정제된 표현을 나중에 익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처음부터 철저히 교과서로 일본어를 시작한 타입이다. 일본 노래나 드라마나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들은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후에 접하게 되었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여러 드라마도 보고, 좋아하는 밴드들도 생기면서 청해 실력이 약간 올라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듣기나 말하기가 아주 취약한 건 사실이다. 이걸 언제 느꼈냐면 한창 공연 연출로 일할 시기, 일본 출장을 갔을 때였다. 막상 현지 사람들이랑 일본어로 이야기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그들이 말하는 것도 아주 일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공연 현장이라는 특성상 쓰는 용어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떄문에 손짓발짓까지 통하면 말이 얼추 통하긴 했지만, 내가 회화에 얼마나 약한지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문득, 전화일본어라도 등록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누군가 이끌어주는 게 공부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원어민과 이야기하다 보면 어쨌든 감은 유지되겠지 싶었다. 회사에서 같이 일본어를 공부했던 베키피디님께 한 업체를 추천받았다. (홍보성 글도 아니고 누군가 전화일본어 정보를 검색해서 들어오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어딘지는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래 레벨테스트 화면을 보면 아는 사람은 어딘지 알 것 같지만.) 며칠 검색만 해 보다가 우선 레벨테스트라도 받아보자 했다. 레벨테스트는 그 업체에 소속된 강사 분 중 한 분이 내가 지정한 시간에 전화해 주셔서 10분 정도 이런저런 테스트를 보는 형식이었다. 간만에 일본어로 듣고 말하려니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지만 나름 용을 썼다. 그날 저녁 레벨테스트 결과를 받아보니 다행히(?) 중급 정도 수준이 나왔다. 난 생 초급이라고 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단 말이지.


지금 대학원에서 평가론 수업을 듣는 중인데, 얼마 전에 말하기 평가의 구인에 대해 다뤄서 그런가 레벨테스트 결과지를 보며 '구인을 이렇게 설정했네' 하며 흥미로워했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회화력'이라는 구인이 따로 설정된 게 아주 흥미롭다. 아무튼 저 결과지를 받고도 한동안 좀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일본어를 등록하기로 했다! 뭐라도 일본어로 계속 말해 보면 늘겠지 뭐. 레벨테스트를 진행하셨던 강사님이 나랑 톤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분으로 신청했다. (알고 보니 인기 강사셨다고 한다...)
원래는 첫 수업을 하고 나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수업 전에 내가 어떤 마음가짐인지를 미리 써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음 솔직히 이걸 한다고 JLPT 준비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JLPT를 정말 응시할 생각이 있다면 내가 따로 단어와 문법을 더 공부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일본어 학습에 대한 보다 지속적인 흥미와, 혼자 공부할 땐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인풋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청해 공부에는 도움이 더 될지도 모르겠다. 또 언젠가 실제로 업무상 일본어를 쓸 일이 생긴다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것은 JLPT보단 이쪽일 것이다. (전공 특성상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나가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늘 하고 있다.) 물론 그런 업무라면 JLPT 성적도 요구할 테니 어차피 JLPT 공부는 해야겠지만. 그래도 늘 언어 공부를 할 때에는 이해 영역(듣기, 읽기)보다는 표현 영역(말하기, 쓰기)이 더 어렵기 마련인데, 이걸로 조금이라도 입이 트여서 말하기가 는다면 충분히 성공이지 않을까.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어설픈 일상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종종 기록해야지. 제n언어를 배우는 학습자의 마음을 다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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